2020 김장 파티
시댁에서 20여년을 김장을 얻어 먹을 때는 그리 귀한 것을 잘 몰랐었다.
적절한 시기에 모종을 심어야 하고, 적절히 비가 와주어야 하며 토질과 기후가 맞아주어야 잘 자란다.
그리고 좋은 배추를 준비해 그에 걸맞는 좋은 갖가지 양념을 준비해야 한다.
올해는 고추가루를 비롯한 각종 양념 및 야채들이 엄청 비싸서 돈도 많이 들었다.
준비물 사는데만 200만원이 넘게 들었다.
5년째 김장을 준비해왔는데 올해도 350여 포기의 배추를 준비했었다.
동생, 주변 지인과 김장을 함께 할 생각으로...
그러나 모든 것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일정이 바쁜 동생, 작년에 함께 했다가 허리가 아파서 김장을 안하고 싶다는 동생.
거기에 코로나 상황도 있어서 김장을 같이 할 멤버가 줄었다.
덕분에 배추를 여기 저기 나눔할 수 있었다.
배추 농사에 함께 해준 남편의 지인이 배추 40여포기
배추 농사를 망친 옆집 아저씨에게도 30-40여포기 드릴 수 있었다.
하지만 배추, 무가 농사가 워낙 무거워서 누구 주려고 싣고 오려고 해도 이게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남편은 자신의 농산물로 좋아하고 감사해하는 사람들이 좋은가 보다. ㅋ
올해 김장은 작년보다 규모를 적게 할 생각으로 준비를 했다.
항상 함께 했던 친구, 미리가 딸과 사위까지 대동하고 함께 하기로 했고
두 학교에서 같은 동료로 근무했던 김철호부장, 새 학교에서 만나 친한 홍미영샘이 언니를 대동하고 함께 하기로 했다.
인원이 적어 일손이 부족할까 싶어 함께 하기로 했던 소장님은 김장 당일에 갑자기 일이 생겨 빠지셨다.
매년 김장을 함께 하는 구성원이 달라지니 힘들기는 하지만 더 힘든 것은 엄마이다.
그러나 정작 주려고 준비한 울 엄마에게는 짜증이 난다.
오랜 병과 치매끼까지 있는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을 부리신다.
작년 김장도 많이 남아서 김장을 가져오지 말라 하셨다.
고기 종류도 안드시고 다른 김치도 못 드시는 분이
김치를 안 가져다 드리면 뭐랑 드실거냐고 설득을 해도 너가 힘들거 같아 싫다하신다.
엄마, 난 엄마가 그리 말하시는 것이 힘들어요. 그냥 고맙다. 잘 먹을께 하면 얼마나 좋아요.
지난 주에 김장 준비를 하러 김치통을 가지러 갔다가 싫다 하셔서 김치통도 가져오지 못했는데...
매년 가져다 드리는 맛난 쌀도 이번에는 맛이 없다고 가져오지 말라셨다.
그러시더니 며칠 전에는 남편에게 전화를 하셔서 1시간 넘게 이것 저것 불평을 하신다.
이번에는 김치는 두 통만 해달라시고 쌀은 10kg 짜리 네 개만 달라하신다.
결국은 가져다 주기를 원하시고 달라 하실거면서 또 투정을 부리시는 엄마.
엄마가 달라시는 김치 두 통 이외에 3 통의 김치 이외에 절인 배추도 두 통을 넣고 양념도 작은 거 한 통.
이것 저것 하다보니 엄마에게 보낼 물건도 10통이 넘는다.
우리 김치통이 총동원된다.
전에는 동생이 자기네 김장 가져가면서 엄마에게 가져다 드렸는데 가져다 드릴 사람이 없어 아들을 부른다.
소송으로 당진까지 출장 가있다는 아들이 차가 막혀 5시간 걸려 도착했다.
일요일에는 예비 며느리네 인사를 가기로 했단다.
준비할 선물, 옷차림도 신경써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할머니집에 나르게 하는 것이 안스럽기는 하다.
그런데 '언니가 요즘 엄마에게 전화가 없다고 서운하다'는 동생의 메세지.
동생은 내가 김장을 해서 엄마 가져다 준다는 사실도 잊었나보다. 허걱~
배추 보내줄까 물어보니 시어머님께 김치 해달라고 한다고 배추 많이 보내달라고 한다.
필요하면 진작 좀 이야기하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에는 배추 가지고 할머니댁에 간 아들에게 전화가 온다.
늦게 온다고 문 열어주기 귀찮다고 동생에게 김장김치를 가져다 놓으란다. 허걱~
바쁜 손자가 5시간 걸려 일부러 시골와서 엄마 김장김치를 가지고 가는데 동생에게 가져다 놓고 그 다음날 가져오게 하는 것이 맞는지.....
우여곡절 끝에 엄마네 냉장고에 김장 김치가 안착하기까지 정말 힘든 여정이었다.
우여곡절이 있는 김장이었지만 따스한 날씨.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금요일 밤에 김장 양념을 만들고 늦게까지 음주도 있었던 탓에 피곤함은 있었지만
함께 밥 먹고 함께 김치를 만드는 시간 속에서 따스한 정을 만드는 시간이 좋다.
지난 밤에 양념 만들고 음주까지 하느라 늦게 잠을 잔 탓에 피곤하기는 하지만
아침부터 남편이 만들어준 닭도리탕에 도토리묵 무침, 콩자반 등에 오뎅탕까지 맛난 식사를 하니 힘이 난다. ㅋ
미리 딸 가세해서 더 즐거운 시간,
아이 셋이 북적거리니 집에 활기가 돈다.
지훈이는 과학에 관심이 많아 계속 질문도 많다. ㅎ
지연이랑 지아 쌍둥이는 사람을 잘 따르고 표현도 잘 하여
아들이 빨리 새식구를 데리고 왔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침 김장은 절여놓은 배추를 씻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나는 잠시 미리 손자, 손녀들과의 시간을...
그림 공부, 투호 던지기 등으로 재미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옆에서 우리는 양념을 만들고...
파, 쪽파, 갓 들을 씻어서 썰고....
어제 만든 양념 중에 배를 간 것을 더 추가하기로 하여 다 갈아 넣는다.
점심은 맛나게 만든 김장 양념에 수육을 준비하여 먹는다.
코다리 찜도 맛나게 만들어주어 반찬이 푸짐하다.
김장의 마지막 단계인 김장배추에 속 넣기..
자연이 준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서 그런지 정말 맛나다.
올해는 고춧가루를 비롯해 양념이 많이 비싸서 돈은 좀 많이 들었지만 그만큼 더 맛나다는 생각이 든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