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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교사, 너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임성숙 2021. 3. 24. 06:46

수업을 지원하고 컨설팅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수석교사.

학교교육과정 수립에 참여하고 우수 수업기법과 학습자료를 개발·보급하며,

초임교사 지도와 교내․외 연수 주도, 교직 상담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 역할의 필요성에 의해 공문이 시행되어 시범운영 3년에 이어 2012년에 법제화된 제도이다.

교직에서 무엇보다 수업을 고민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것이 매력적이어서 수석교사를 지원하였었다.

이제 당당히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하는데 초기보다 더 위축되어 설 자리가 만만치 않다.

 

나는 어떤 희망을 가지고 지원하여 노력하였던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학교를 옮길 때마다 수석교사실을 구걸해야 하고, 수업컨설팅을 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쏟아지는 메세지와 행정업무로 인해 수업참관을 하고 컨설팅을 받으라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선생님들의 자발적으로 수업개선에 대한 의지를 갖게 하기 위해서는 동기유발이 있어야 한다.

수업이 나아지면 선생님들에게는 어떤 유리한 고지가 생기는 거지?

 

정년이 3년이 채 남지 않은 현재. 

그냥 편하게 즐기자 하는 유혹도 많다.

어찌 되었든 일반선생님들보다는 수업시수도 적고 어찌 되었든 독립공간도 부여받고 있으니

이 상황에서 편하게 지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다.

 

전직 M중으로 처음 인사를 하러 갔을 때 교장샘의 첫인사가

우리 학교에서는 수석교사를 신청하지 않았는데 였다. 허걱~

나중에 교장샘께 전입교사들 있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시면 어쩌시냐고

어차피 온 사람인데 환영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셔야지요. 하고 웃으며 말을 했었다.

그러나 환영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위축받는 느낌이었다.

수석교사실도 따로 마련할 공간이 없어 과학준비실을 개조하여 겨우 마련을 했었다.

 

작년에 M고로 이동을 할 때도 그런 문제가 가장 걱정이 되어 미리 교장샘과 이야기를 했었다.

 환영해주시며 수석실을 마련해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감사했는지...

그런데 며칠 있다 와보니 수석교사실로 줄 교무실에 있던 선생님들께서

다른 교무실로 이동하게 되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 아무래도 좋다고 하여 얻은 수석교사실이 지금의 과학준비실이다.

인터넷선과 전기선도 없어서 다시 연결해야 하느라 한 달 반을 스마트폰으로 테더링하여 쓰고 메신저도 안되었다.

그래도 어차피 수업공간인 생물실이 가까운 탓에 괜찮다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수석교사실의 수도가 시원치 않아 씽크대 공사를 하는 상황에서

행정실에 부탁을 했더니 그건 부서에서 품의하세요. 하는 것이었다.

시설을 수석교사가 품의를 해야 하나요? 하고 물었다.

수석교사실이 아니라 과학준비실로 되어 있기에 과학교구비에서 부서에서 품의를 하여야 한단다.

나는 그러면 없는 사람인가? 수석교사실이 아니고 과학준비실이라는 것인가?

결국 씽크대를 과학부장님보고 과학교구비에서 품의를 하라고 하셨다.

주변을 귀찮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전자칠판이 좀 연한이 되어서 작동이 되었다 안되었다 하는 것을 보고 티비를 사주신다고 해서 그런가 보다 했었다.

티비를 보기 위해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지금 내가 데스크탑을 쓰고 있는데 그럼 그걸 없애야 한단다.

허걱~

그 와중에서 K부장님이 내가 과학준비실을 쓰고 있어서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내 존재가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