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제사날.
안동에 가있는 동생은 거기서 혼자 간단히 제사를 지내겠다 한다.
아님 수원 사는 식구들과 간단히 제사를 지낸다 한다.
하긴 제사가 무슨 특별한 의식인가? 사정대로 아버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지.
김장 행사를 끝내고 각종 보고서에 시험문제 출제에 피곤했던 터인데 좀 쉬라는 뜻인가 보다.
그러나 역시 주말에 쉬기는 어렵다.
혼자 계신 엄마에게 지난주말 김장하느라 못 가뵈었기에 가봐야 하기 때문이다.
토요일에는 지난주에 우리집 김장에 이어 이번주에 시댁 김장행사.
코로나 환자수가 세자리로 급증한 상태라 가는 것이 좀 불안하기는 하다.
그러나 작년에 시아주버님이 돌아가셔서 시댁에 남자가 별로 없는 관계로
밭에서 배추를 나르는 울력을 해야 해서 남편은 김장을 도우러 가기로 했다.
돌아온 후에 같이 엄마에게 가기로 한다.
참 착한 남편이다. ㅋ
거실서 다음주에 있을 강의 원고 하나 쓰다가 밖을 본다.
창으로 보이는 가을들이 왠지 아쉽고 그리워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얼굴에 뾰루지 처리를 위해 가까운 병원도 들를 겸 집근처 가을을 지난다.
얼굴에 와닿는 바람이 너무 달다.
병원에서 얼굴에 손을 댄 흔적이 생각보다 지저분하다.
이마에 한 두 개 뾰루지처럼 났다고 생각했는데 눈주변까지 트러블들이 있다고 20개 넘게 제거했단다.
월요일 출근할 때 불편할 듯 하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노폐물들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조금씩 쏟아나는 흔적들.
그래. 적당히 나이가 듦을 인정하고 살아야 하겠다.
가을은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봄과는 또다른 생명력을 갖는다.
그동안의 자신의 왕성한 아름다움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보는 아름다움이다.
겨울에 대비해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 나머지 곁가지, 나뭇잎들에 가는 영양분들을 차단하고 버리는 모습.
생각하는 것이 많아지게 한다.
저녁은 서울 엄마와 같이 먹으려고 일찍 떠났었는데도 꽉 막혀버린 도로를 만나 저녁 6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벌써 이른 저녁을 드셨다는 엄마. 우리 부부가 따로 밥을 해서 무나물과 밥을 먹었다.
깔끔하신 엄마는 다 치운 집안에 우리가 주변을 어지를까봐 안절부절이시다.
인스턴트도 못 드시고, 조미료, 고기류 다 못 드시는데다 결벽증에 가까운 깨끗함으로 피곤하게 하신다.
일상이 되어버린 병상의 시간에서 감정의 기복을 널뛰고 계시는 엄마.
요양보호사에 대한 불만, 옆집 할머니 이야기로 1시간 넘게 이야기하신다.
나는 엄마의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잠깐만 집안에 갇혀(?)있어도 힘든데 이 오랜 시간을 갇혀있으니 얼마나 힘드시겠는가?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혼자서 해결하신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이 좋은 가을날 휠체어라도 타고 산책하셨으면 좋겠는데
내가 왜 장애인이냐? 다른 사람들에게 광고할 일이 있냐면서 집안에서만 계시는 엄마.
아파트 창문으로 보이는 나무에서 꽃피고 꽃 지는 소식, 새가 날아온 이야기, 청솔모가 지나간 이야기로
자신의 아파트가 살기 좋은 곳임을 이야기하신다.
엄마를 보면서 내게 지나갈 가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슬프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끝을 알고 대비할 수 있으니 그도 행복이라는 생각을 한다.
마스크로 가리고 가니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려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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