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후 유학을 생각하고 있다가 가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갑자기 사회로 나오게 되었었다.
덕성여고, 중앙중 강사를 거쳐 3년만에 교사 순위고사(지금의 임용고사)를 치루었다.
그런데 합격을 하고 3월 중순이 다되도록 발령이 나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수원공고에서 와주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다.
그당시 공고에는 여교사가 많지 않았다. 50명 남선생님 중 3명?
교문을 들어서는데 창문에 있는 학생들이 휘파람을 불어대었다.
운동장 조회시간에 인사를 하러 올라갔는데 학생들이 발을 구르면서 환영인사를 했다.
교실에서도 학생들이 책상을 치면서 격하게 환영을 했었다.
미소짓게 하는 그 시절.
그때의 제자들은 지금의 제자들과는 또다른 의미이다.
27살 아가씨 시절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었던 추억의 제자들이다.
그당시 공고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지는 않아서 젊은 아가씨가 학생들을 어떻게 다루느냐고 걱정들 하셨었다.
그러나 나는 그때의 제자들만큼 순수하고 맑은 제자들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덩치는 큰 아이들(?)이 고민을 이야기하고 눈물 뚝뚝 흘리던 모습들..
짐이라도 들고 가면 서로 들어주겠다고 했었지.
자리 이동할 때도 컴퓨터 연결에서 짐 이동까지 도와주던 생각이..
조금만 근무하다 다른 학교로 이동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져서 18년을 근무한 후야 공립으로 이동하였었다.
지금도 수원공고를 생각하면 마치 친정집 같다.
공립으로 온지도 17년이 되어가니 첫해 제자들도 이제 제자라기 보다는 친구 같은 사이이다.
가끔씩 잊지 않고 연락주는 제자들이 너무 고맙다.
오늘은 첫해 제자인 조**이 찾아왔다.
버스 운전을 하는 그 친구는 아들 결혼식인 토요일이 쉬는 날이 아니어서 못 오기에 먼저 왔다고 한다.
기억해주는 것만도 감사한데....
나하고 안 어울리는 꽃 선물까지....ㅎㅎㅎ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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