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봄날 걷기에 초대해주셨던 손선배님께서 이번에는 여의도사무실에서의 모임에 오지 않겠냐고 카톡을 해주셨다.
전원주택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난 후라 피곤하기는 했으나 지난번 인천 걷기에도 못 갔었던 터라 가고 싶어졌다.
마침 아들이 오피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데려다 준다고 해서 손선배님 사무실에 일찍 갔다.
선배 사무실 옆에는 63빌딩이 있었고 그 옆에 한강 공원이 있다.
아직 다른 사람들이 도착하지 않아 선배님과 여의도 한강공원을 걸었다.
따사로운 공원 사이로 가족들의 행복한 웃음이 넘친다.
연을 날리는 아이,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해먹을 해놓고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샛강 위에는 오리배가 많았는데 그 오리배를 보니 신혼 때 남편과 그 오리배를 탔었던 생각이 났다.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남편하고 그 배를 탔었는데 날은 더운데 다리로 계속 노를 젓지 않으면 꼼짝하지 않고 물위에 떠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발을 휘저어 배를 나가게 하느라 낭만은 저만치~ 땀만 삐질삐질 흘렸던 생각이....ㅎ
우아한 백조의 다리는 생존을 위해 열심히 사투를 벌인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선배와 걸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는 것도 재미있었다.
우롱차와 보이차 맛도 즐기면서 오랜만의 여유를 즐기는 시간.....
사무실 앞에 붙은 간판(?)
선배님 사무실에는 갖가지 차가 많다.
차를 끓여주시는데 계속 마시다보니 작은 주전자로 세 개는 다 마신 듯 하다.
보이차와 우롱차를 마셨는데 이 차는 오래 되면 오히려 발효가 되어 더 좋다고 한다.
오래된 뒤주같이 보이는 박스에 차가 잔뜩 들어있다.
우롱차.. . .개인적으로는 보이차보다도 우롱차가 더 입에 맞는다.
선배님께서 갤러리 북도 보여주셨는데 현존해있는 가장 유명한 작가라는 보테로의 작품을 보여주셨다.
작가 페르난도 보테로는 콜롬비아 출신 화가이자 조각가이다. 모든 예술가들이 그렇듯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이 녹아 들어있는데 그는 그만의 특유한 풍만한 인체표현 기법을 사용한다.
선배님은 파주 시설공단이사장으로 근무하시면서 퇴근하고는 또 여기에 오셔서 3-4시간 책도 읽고 글도 쓰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가신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주말이면 주변 지인들을 데리고 봄날 걷기 행사도 해주시고, 같이 모임도 주선하시고...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대단한 체력이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은 근처의 낚지 덮밥과 설렁탕들을 먹고 다시 사무실에 들어와 수다떨기....
같이 모이신 분은 오늘 처음 뵙는 분들었는데 선배님을 매개로 같이 모였던 탓인지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여자 분은 아들 넷의 장남으로 시어머님을 모시고 산 이야기를 하셨는데 요즘도 그런 분이 있나 싶을 정도로 10명의 식구를 모시고 거기다 시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개랑 고양이까지 기르느라 고생하셨다고 한다. 대단하시다.
한 분은 직장을 다니다가 다시 한국학 박사를 취득하러 공부중이시란다. 아직도 애띤 얼굴인데 결혼 5년차라고 한다.
그리고 선배님의 박사 지도를 해주셨던 인연으로 오셨다는 제자(?)분.
매달 목요일 오후에 이렇게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오랜만에 그런 분들과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는 내가 좋다는 생각을....
내일 학교 출근하기가 싫어진다.
집에 가기는 가야 하겠기에 8시 반쯤 먼저 나왔는데 밤이라 그런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급 피곤해진다.
나이 들수록 외출을 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갈 길이 항상 만만치 않아진다.
그냥 나를 위해 사치하자 하는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택시비 4만원. 9시 20분쯤 집에 도착. 40여분만에 집에 올 수 있었다.
아니면 버스 갈아타고, 전철 갈아타고 최소한 1시간 30분은 걸릴텐데.. 이럴 때는 돈이 좋기는 하다. ㅋ
오늘을 정리하고 또 내일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