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를 타고 고대구로병원으로 이동한 지 2주째.
중환자실에 계시다보니 얼굴을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병원을 그리도 싫어하던 엄마가 중환자실에서 사람 송장처럼 고립되어 있는 시간.
연명치료로 들어가며 임종도 얼굴도 못 보고 맞이할 거 같은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가족실이 있는 요양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하였다.
고대 구로병원 근처에 있는 신화요양병원으로....
5개의 병실을 모두 한꺼번에 잡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가지기로 하였다.
의사는 아침에 패혈증을 보이셔서 가다가 돌아가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혈액 속 염증수치도 엄청 높아졌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순간 망설였다. 동생이 염증치료라도 하고 이동하자는 말에 또 망설여졌다.
치료가 되는 것이고 그냥 며칠 더 연장할 수 있는 것이란 말에 이동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엄마가 더 이상 고생하시지 말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시다가 가시기를 원합니다.
이동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동생들도 다 오라고 하였다.
5형제가 중환자실 앞에서 사설 앰블러스 대원과 함께 엄마를 맞이하는 시간.
엄마는 우리를 보자 우셨다.
우리를 또렷이 알아보시고 내게 무엇인가 말하고 싶어하였다.
목에 박힌 관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자. 내 손에 뭐라고 쓰셨다.
힘이 없이 미끄러지곤 해서 무슨 말인지 잘 알 수 없었다.
엄마의 눈물을 닦아드리면서 나도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 엄마. 엄마.
사실 난 엄마가 항상 버거웠다.
오랜 병환 속에서 어두운 색깔로 삶을 그리실 수밖에 없는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하루에 1-2시간씩 쏟아내던 불만의 소리들이 너무 힘들었었다.
지금은 그때가 오히려 그립다.
우리 5형제를 키워내기 위해 힘들게 사셨던 시간들이 같이 묻어온다.
엄마, 엄마, 엄마.
남은 마지막 시간을 안 아프고 편안하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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