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깊어지는 엄마의 병

임성숙 2021. 6. 7. 06:17

 

엄마의 병은 나아지지 않고 점점 더 심해만간다.

병원에 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침대만을 고집하던 엄마는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고 있다.

근육이 하나도 없이 뼈만 드러나는 허리는 돌아눕기도 버겁다.

치매도 부정적으로만 와서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우리 누구에게도 마음을 내지 못한다.

 

기저귀를 갈려면 실갱이를 벌여야 한다.

오줌으로 질퍽해져서 기저귀를 넘어서 몸과 이불 등에 스며든다.

비닐 패드를 사다가 아래에 까는데 건들지 말라는 엄마가 너무 힘들다.

깔끔했던 엄마가 어쩌다 이리 변했을까?

갑자기 수박과 복숭아가 먹고 싶다 하셔서 집 앞 슈퍼로 가서 사왔다.

복숭아는 요즘 팔지를 않아서 통조림 형태를 사다 드렸다.

그래도 수박과 황도 통조림이 시원해서 그런지 잘 드신다.

 

침대에 누워서 밥을 먹고 과일을 드시는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쳐다보지 말고 다리 좀 주무르라는 엄마의 말에 얼른 다리부터 허리까지 주무른다.

감각이 떨어지셨는지 세게 주므르는데도 좀 세게 주무르라신다.

나도 허리가 아프다.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을 엄마와 전쟁을 벌이고 났더니 몸이 천근이다.

다음주부터 있을 강의 원고에 일들이 산더미같다.

 

어제 요양보호사님에게 또 전화가 온다.

엄마가 계속 자기를 거부하고 기저귀도 못갈게 하셔서 자기가 아무래도 엄마를 돌보지 못할 것 같단다.

여사님. 그냥 손을 붙잡고 억지로 기저귀를 갈아주세요.

가라고 하시면 옆 방에 가 계시면서 필요한 일 부르면 말하셔요. 하고 계시면 되요.

계속 그러시면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한다고 하면 겁내실 거에요.

병원 간다는 것을 제일 겁내 하시니까요.

 

 

집안에 갇혀 하루종일 불평불만이던 엄마가 힘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때가 너무 다행스런 시간이었다.

그때는 화장실도 자유스럽게 가셨고 음식도 본인 마음대로 만들어 드셨던 것이다.

지금은 엄마의 공간은 더 좁아져서 침대 안으로 제한되었다.

누워서 밥먹고 누워서 배출해야 하는 신세가 제 정신으로 가능하겠는가?

나중에 욕창이 나면 지금 이 순간이 더 좋았구나 할까?

 

 

그래도 엄마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힘들어도 엄마를 돌보는 아들, 딸들이 있으니

그 삶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은 한다.

아직은 욕창이 없지만 이렇게 계속 대소변을 침대에서 하는 상황에서 기저귀 가는 자체가 어렵다면

욕창이 생길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집으로 오기 전 물수건으로 아래 부분을 닦고 아기분을 바른다.

다시 아기가 된 엄마.

엄마. 사시는 날까지 덜 아프시고, 덜 괴로운 시간을 가지실 수 있기를....

행복한 순간만을 생각하고 잠깐이라도 행복하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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