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방

엄마의 집 정리

임성숙 2021. 7. 20. 05:57

오늘까지 특별휴가일이다.

오전에 학교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남동생과 서울 엄마집에 갔다.

이제 엄마집에 가면 엄마가 없으리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정 떼시려는지 참 투정도 많이 부리셨지만

돌아보니 첫딸인 내게 많이 의지를 하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때론 그런 것들이 내게 참 부담이 되기도 하였었다.

참 오래동안 주말이 없는 삶을 살게 하셨었다.

게다가 엄마는 뭘 해드리면 고맙다고 말씀해주시기 보다는 항상 아무것도 필요없다.

뭐하러 가져왔냐며 탓하기 일쑤이셔서 속상한 적이 많았었다.

허리 아픈데 너무 고생이 많다고 걱정하시면서도 주말에 못 가면 너 얼굴 잃어버리겠다고 토라지셨다.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까지도 간병인 두는 것도 싫어하셔서 국가에서 무료라고 거짓말을 해야했다.

생각해보니 자존심 강한 엄마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에 할 수 있는 억지일 수도 있겠다.

 

 

옷장을 열어보니 바지며 티셔츠며 정장이 정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엄마의 성품이 고스란히 보여진다.

이제 폐기물 처리가 되어 버릴 물건들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내가 사드린 냉장고, TV, 히터들이 제대로 사용하지도 않고 깨끗하게 보관되어 있다.

내가 사드린 화장품들도 다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되어 있었다.

내가 사드렸던 옷들 몇개는 아예 입지도 않은 상태에서 몇 년째 그대로 걸려 있었다.

내가 입을 수 있는 옷들 몇 개를 챙기고 폐기처리 준비를 한다.

 

 

사진 앨범들과 각종 물건 속에서 엄마와의 추억들이 쏟아진다.

동생들의 월급봉투도 차례대로 모아놓으셨고, 손자 손녀들의 편지도 다 모아놓아져 있었다.

엄마는 복지관에서 뭘 그리 많이 배우러 다니셨던 것일까?

노래 교실 흔적도 가득하다.

악보, 내 피아노 책인 바이엘과 체르니 책도 있었다.

엄마가 피아노를 치셨다니...

동생이 안 쓰는 줄 알고 가져갔다던 피아노를 아쉬워 하셨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피리도 열심히 배운 흔적이 있다.

나는 나 바빠서 엄마가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 몰랐는데 지금 보니 엄마는 에너지가 넘치셨던 것이다.

수영복도 4벌이나 있었다. 다시 병이 나아 수영하러 다닐 생각을 하고 계셨던 것인데...

속옷, 양말들도 어쩌면 그리 가지런히 챙겨져 있던지....

망자의 속옷은 다 버리는 것이라는데 아까워서 새것 같은 것들은 챙겼다.

엄마는 왜 그리 아끼셨을까? 쓰레기 봉투 한 장을 아끼기 위해

적은 쓰레기는 남이 버린 쓰레기 봉투에 넣으시면서 아꼈던 엄마.

서랍 속에는 쓰지 못한 새 봉투들도 가득하다. 심지어 쓰지 않은 물휴지까지 넘쳐난다.

수첩마다 깨알같은 메모가 가득하다.

그 속에서 나 그리고 우리 형제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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