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방

엄마집 정리

임성숙 2021. 7. 31. 16:09

엄마집을 내놓은 지 하루만에 엄마집 구매를 위해 보겠다는 신혼부부가 있어 아침부터 정리를 하러 집에 갔다.

사람은 죽고 또 새로운 가족이 그 집을 거쳐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꽃이 지고 그 자리에 새꽃이 피는 자연의 이치처럼.....

 

네 동생들이 번갈아가면서 정리한 탓에 집은 어느 정도 치워지고 페기물업체가 치울 짐들만 남게 되었다.

거실에 나와 있는 쓰레기들을 쓰레기 봉투에 넣고 침대에 놓인 이불쓰레기를 조금 치웠는데도

쓰레기 봉투 10개가 버려졌다.

내가 죽고 난 뒤에는 이렇게 사람이 치울 정도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을 것이라 생각이 되니

이제부터 짐을 늘리지 말아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닫힌 집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엄마가 기르던 화초들이다.

바가지로 물을 떠다 열심히 목을 축여주었다.

엄마가 전화로 창가에 새들이 물을 먹으로 찾아온다던 이야기를 하셨던 생각이 난다.

하루종일 집에 갇힌 엄마에게 유일한 낙이 되었던 새 친구들이 전해주는 밖의 세상이야기를 전해주시던 엄마.

전화를 하시면 스피커폰을 틀어놓고 내 볼 일을 보던 시간이었다.

사실 그때는 좀 귀찮기만 하던 엄마가 이제와 생각하니 조금 더 잘 들어드릴 것을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나는 주문처럼 나는 할만큼 했어. 엄마도 본인하고 싶은대로 사시다 가셨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나도 또 나 나름의 삶을 살아갈터이니 . . .

 

정리하다보니 정리가 안되는 것 중의 하나가 엄마의 앨범

족히 10권은 넘는다. 가족톡방에 넣어보니 막내가 나중에 가져가서 정리를 하겠단다.

엄마와의 정이 유달랐던 막내가 또 엄마 생각이 난단다.

 

앨범을 열어보니 엄마와 사위들과 찍은 사진, 아버지 사진, 시댁식구들과의 대만여행 사진들이 쏟아져 나온다.

깨알같이 쓴 엄마의 메모도 엄청 많다. 

특히  춥도 덥도 않을 적에 자는듯이 가게 해달라는 기도문 같은 메모가 눈에 띄인다.

유달리 더운 여름날, 그것도 4단계라는 엄중한 시기에,

중환자실을 거쳐 고생고생하시다 가셨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아니, 그래도 우리 형제들이 다 모인 가운데 임종을 할 수 있게 해주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리고 최근 집값도 많이 올라 우리 형제들에게 용돈도 주시고 가셨으니 고마운 일이다.

땀을 범벅으로 하면서 짐을 정리한 후, 남편과 점심겸 저녁을 먹기로 한다.

4단계의 식당들은 조용하다.

우리는 맛난 돈까스를 먹으면서 음식의 맛을 음미한다.

이렇게 맛난 음식을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생각해보니 아버지 환갑잔치를 하시던 때가 지금 내 나이이셨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 당시 아버지나 나나 나이가 많다고 생각을 하였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젊은 나이였다. 

나는 그 전의 아버지 나이가 되어 환갑을 맞이하고 있으니...

 

 

대학원 졸업 때도 시댁어른과 친정 식구들 모두 오셔서 축하해주셨다. 

그때 시어머님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시어머님은 90이 넘으셔도 허리는 굽었지만 아직도 건강하게 농사까지 지으셔서 감사한 일이다. 

이때만 해도 젊으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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