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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그리고 나.

임성숙 2018. 3. 11. 14:51

 

15년째 아픈 엄마.

몸의 곳곳에 문제가 생겨 고생에 고생을 하다보니 만나면 여기저기 아픈 이야기에 원망이 대부분이라

엄마집에 가기 전부터 마음이 무겁다.

개학후, 정신 없이 바쁘고 몸도 아파 2주를 가보지 못했기에 오늘은 안 갈 수가 없다.

약간은 숙제 같은 마음으로 엄마집을 찾는다.

엄마는 내가 오면 주려고 반찬도 만들어놓으시고 과일도 내고 그러시는데 나는 그것마저도 부담스럽다.

다리는 혈액순환이 안되셔서 퉁퉁 부으신 상태로 구부리실 수도 없어 비칠비칠 걸으신다.

막혀지는 콩팥 연결관에 끼운 스탠실이 눌리는지 가끔 신음을 뱉으신다.

거실 깊숙한 곳까지도 봄햇살은 내리 쪼이는데 방안은 어두컴컴한 겨울이다.

목 깊은 곳에서 겨울 기침이 또 쏟아진다.

 

나는 핸펀으로 들어야 하는 교원연수를 틀어놓고 엄마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드린다.

엄마는 50년도 더 된 옛날 이야기에서 최근의 병원 나들이(?)에 걸친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신다.

힘이 들어 침대에 누워 있기는 하지만 엄마의 의식은 에너지가 넘치신다.

첫번째 병원비가 100만 ** 천원였다는 것까지도 기억하시고 이야기를 하신다.

아버지가 사업에서 망한 이야기, 동생들 이야기, 의사하고 나눈 이야기들을 2시간이 넘게 쉼없이 이야기하고 계신다.

사실 하루 걸러 전화상으로도 몇번이나 들었던 이야기건만,

그리고 별로 듣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이건만 엄마는 마치 처음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신다.

이건 네게만 하는 것인데 하면서 또 이야기하신다.

이런 현상도 치매의 시작이라 한다. 난 치매는 현재의 상황을 잃어버리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떤 면은 아주 기억을 잘하면서도 또 부정적인 면을 과장하여 기억할 때도 있다고 한단다.

엄마는 언제까지 내 옆에 계실 것일까 하는 마음으로 엄마를 보고 듣는다.

생각해보면 불쌍한 울 엄마지만 때로는 부담스럽다.

 

우리 엄마는 에너지가 많으신 분이다.

그 에너지가 잘 풀렸더라면 울 엄마는 훌륭한 시인도, 정치가도 사업가도 되셨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어찌 생각하면 울 동생이 시집을 내고 사업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일련의 활동들도 엄마에게서 유전된 것이란 생각이다.

나는 사실 엄마를 별로 닮지 않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게도 그런 엄마의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다행히 나는 그 에너지를 풀고 살 공간이 있고 직업이 있는 탓에 에너지를 풀고 살지만

엄마는 치열한 사회 속에서 사기도 당하고 온갖 고생을 하면서

아이들 다섯을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느라 자신은 없이 살았으니....

 

때론 내게는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 속에서도 문득 맑아질 하늘을 볼 수 있고

그러다 이 글을 읽어주고 내게 토닥토닥 해줄 친구도 있으니...

몇 년 뒤, 내가 엄마 나이가 되었을 때의 외로움을 생각한다.

나는 그래도 어두운 이야기 말고 오늘도 꽃피고 열매 맺는 봄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하지만 내게도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될 때가 있다.

그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미리 걱정은 하고 싶지 않다.

우선은 맑은 하늘만 보고 싶다.

 

강아지 송이를 델고 산책을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