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역사탐방지를 순례하는 손혁재 선배님께서 오늘은 수원 걷기를 하신다고 하셨다.
오랜만에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모임을 갖는다니 반가운 마음에 함께 하기로 하였다.
11시에 가향산방에서 만나 차 마시고 점심먹고 수원순례하는 일정이었다.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개학하고 나면 자주 뵙기도 어렵고 하니 공부해야 할 책들을 덮고 나갔다.
만남 장소였던 가향산방은 전에는 화성행궁 근처에 있었다.
그래서 행궁근처로 갔었는데 팔달구청 뒤로 이사간 것을 뒤늦게 알아 좀 헤매기는 했다.
팔달구청 주차장 뒤편이라고 하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을....ㅋ
가향산방은 작지만 아늑한 곳으로 차를 마시고 만드는 것을 가르치기도 한다고 한다.
사실 나는 차를 마시는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차를 매개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즐거운 시간었다.
손 선배님이 가져온 차와 가향산방에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차를 돌아가면서 한 잔 한 잔 엄청나게 마셨다.
수원시정연구원장을 하실 때 만들었다는 茶情茶感 이라는 차 모임 사람이었는데 모두 인상이 좋고 편안해보이셨다.
섬진 가온 녹차, 육계, 치먼홍차, 비엔나 홍차, 문산흑기란 우롱차 등의 다양한 맛과 향, 그리고 분위기 속의 대화
단지 자리가 좌식이라 조금 불편한 것 빼고는 좋은 시간이었다.
점심, 수원 영동청년몰, 팔달사, 수원화성등을 주욱 탐방한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요즘은 차가 오래되어 맛이 떨어질 때라고 살짝 다시 볶아서 차를 내렸다. 은은한 차향이 무딘 내 감각을 자극한다.
간식으로 낸 대추 말린 과자 같은 것과 작은 예쁜 떡도 맛났다.
나는 차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므로 뭔지도 모르고 여러 가지 차를 주시는대로 홀짝홀짝 계속 마셨다.
손 선배님의 무거운 배낭에서도 몇 개가 나오고 산방 대표님이 내어주신 차도 있었는데 여러가지 향에 취하는 시간이었다.
차가 100g에 5만원씩이나 하는데 개인적으로 사서 먹게 될 것 같지는 않은데 어울리지 않는 신선이라도 되는 느낌도.....
차를 우려내고 남은 차 찌꺼기들의 향도 좋다.
차를 마신 후, 지동 순대철판 볶음을 먹기 위해 걸어서 이동한다.
화성박물관을 지나는데 지난 번 티비에서 보았던 태실 비를 만났다.
정조로 대표되는 수원의 상징성을 고려해 태실과 태실비를 복제해 팔달구청 앞에 세워두었다.
‘수원=정조’의 상징성과 의미를 보이는 것이다.
지동시장으로 가는 길.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거리의 간판들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는 길에 수원포교당 수원사 건물도 만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교학생회 지도교사 활동을 했던 곳이라 익숙했던 곳이다.
수원 화성의 남문인 "팔달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장이 펼쳐져 있다.
팔달문 주변에는 총 9개의 시장이 있는데 이 시장들을 통틀어서 "남문시장"이라고 칭한다.
지동 순대집은 영동시장 건너편에 있다.
지난 주에 남편과 같이 갔었던 고향집 식당에 갔다.
볶음 밥까지 맛나게 먹고는 서비스로 음료수까지 잔뜩 먹었다.
서민적인 분위기를 그리좋아한 편은 아니었는데 사람들과 함께 같이 가니 더 정감넘치고 맛이 있었다
7명에 5인분 주문하면 충분한 느낌...막걸리까지 마시면서 즐기는데 모두 6만원 정도 들면 되니 착한 가격이다.
시장 앞에 있는 조형물에는 불취무귀라는 글귀가 있다.
취하지 않고서는 돌아갈 수 없다 라는 뜻이란다. 매번 지나가면서도 못 보았던 조형물이다. ㅋ
우리는 막걸리를 마셨으니 집에 돌아갈 수 있겠네요. 하고 일행분이 이야기하신다.
난 수원 살면서도 이 조형물을 별로 눈여겨 보지 않았었다. ㅋ
우선 영동시장부터 돌았다.
10년 전에 근처에 있는 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형님이 여기서 옷가게를 하셨었기에 자주 오던 곳이었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안 온 사이에 완전히 바뀌었다. 기존의 옷 가게는 다 없어지고 문화공간처럼 바뀌어 있었다 .
젊은이들의 꿈을 키우는 곳이라는 청년몰로 바뀌어 있었다.
찻잔도 팔고 체험장소도 있었다.
청년 공방.. 체험도 할 수 있고 간단한 소품들을 판매한다.
원샷잔도 재미있다. 다 마시지 않은 채 내려놓으면 쓰러지는 잔이다.
편하게 앉아서 수다 떨기 좋은 공간도 있었다. 이런 공간이 있다니.... 행복하다는 생각이...
유명한 미나리 빵집.
우리도 식빵과 식빵머스크를 샀다.
함 파는 설정 모습도 재미있다.
수원의 과거 모습들이 벽마다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어 볼거리가 있다.
팔달문시장을 지나 팔달사 쪽으로 주욱 걷는다.
남문시장에서 건널목을 건너면 팔달사가 있다.
건널목 건너다 손선배님께서 남문 모습을 사진찍으신다. ㅎ
수원의 사대문중, 남문과 서문만 남아있는데 남아있는 문이라 남무, 서있는 문이라 서문이라 남아있다고 한다. ㅋ
팔달사는 로데오거리로 이어져 있고 화성으로 올라가는 길도 있다.
전에는 그냥 올라갈 수 있었는데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달라져있었다.
거리에는 자잘한 소품들을 파는데 장식들 중 시대를 풍미하는 듯 하는 글귀가 재미있다. ㅋㅋ
돈 세다 잠들게 하소서, 주인 빼고 다 팝니다. 등등....ㅋ
벼룩시장도 서있다. 별로 살 거리를 없었지만 그런 옛날 것들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었다.
화성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전에 이 뒤쪽으로 올라가 주차도 해놓았던 기억이 있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촬영했다는 장소도 아름답다.
벽화 앞에 나무들도 있었다는데 지금은 덩그라니 벽화 한장만 그려져 있는 건물도 있었다.
남문 로데오거리가 끝나는 곳에 화성행궁이 있다.
앞에 있는 나무 3그루가 우의정, 좌의정, 영상 등의 3부서를 의미하기도 한단다.
화성행궁 맞은편 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니 또 여러가지 역사적 건물들이 보인다.
우리나라 천주교 수원 순교성지였다는 북수동 성당.
많은 천주교 신자가 처형된 아픈 역사의 현장으로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성지로 선포된 성당이다.
북수동 성당 안에는 오래된 건물 <뽈리화랑>이 있다. 옛 소화초등학교 건물로 초대신부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곳이라 한다.
북수동 성당에서 나와 행궁동 벽화거리를 갔다.
가는 길 곳곳의 벽면에는 그림들이 볼거리로 그려져 있다.
수원벽화거리는 관주도가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볼거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의미가 있어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기존의 삶에 덧칠을 하지 않은 순수한 모습들의 보여 보기가 좋다.
벽화를 그리는 부자가 살았다는 이 집은 지금은 조용하다.
앞에 나무에서만 봄을 기다리고 있는 나무가 보인다.
그 집 앞에는 부자가 그린 그림이 있는데 발바닥 두 개가 귀엽게 보인다.
벽화마을에는 갤러리형 카페로 이름이 있는 대안공간 눈이 위치하고 있다.
같이 근무하시던 선생님들 덕에 몇 번 가본 적이 있었는데 항상 사람이 많아 제대로 보지는 못했었는데
널널하게 천천히 구경할 수 있었다.
사랑하다 길 앞에 작은 무대가 있고 그 벽에도 예외없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손선배님께서 수원시정연구원 원장님 시절에도 문화사업에 노력하셔서 그런지 갤러리 대표님도 잘 아시고 계셨다.
그래서 더 세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이명박 대통령 때의 사대강 사업을 비난하는 예술작품이라고 한다.
다 같은 삽이건만 다른 무늬로 나타내는 퍼포먼스까지 했다고 한다.
행위예술 같은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일상생활 속에 우연히 발견되는 요정들을 표현하는 작품들이란다.
침대 위에 누워서 소리와 함께 감상하는 행위예술 같은 것인데 소리가 좀 특이해서 요정이 아니라 귀신 소리 같은 소리가 났다. ㅋ
겉보기 공간보다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았다.
지하실에서 전시된 작품은 달, 시간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있었는데 강렬한 메세지를 주는 것이 많았다.
갤러리는 지하와 2층으로 되어 있었고
카페로 가는 길 사이에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여기에 오고가는 사람들이 남긴 모자이크 벽화 및 낙서, 흔적들로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 2층에 차를 마시는 공간도 있고 라케의 추모의 방이 있었다.
라켈 셈브리는 브라질의 화가라고 한다.
그녀는 2010년에 처음 행궁동을 방문하여 당시 대안공간 눈에서 진행한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프로젝트 ‘행궁동 사람들’에 참여하여 금보여인숙 담벼락에 큰 ‘황금물고기’ 벽화를 그려 세상에 행궁동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의 독특하고 자유로운 예술 정신이 깃들어있는 ‘황금물고기’는 현재 행궁동 벽화마을의 대표 작품이었는데 지금은 불행하게도
주민들이 개발을 막게 하는 그림이라고 페인트로 지워버렸다고 한다.
행궁동의 매력에 반한 라켈 셈브리는 그 이후에도 행궁동을 계속 방문하여 거리의 담벼락들을 2012년에는 한 골목의 담벼락 전체를 긴 문어 다리 벽화로 채워 방문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녀는 아기를 낳다가 죽었다고 한다.
그후 2014년 국제협업아트프로젝트 ‘행궁동에 신화를 풀어놓다’ 참여작가로 라켈과 함께 한달 간 행궁동에 머물며 창조신화 벽화를 남긴 콜롬비아의 호르헤 이달고 작가가 라켈을 추모하는 벽화를 예술공간 '봄'외벽에 그리겠다고 하였단다.
그러나 후원받을 곳이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시장님께 호소를 하고 사업가의 후원이 결정된 것은 출국일 10일전에 가까스로 비계설치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나마 이틀을 비가 와서 8일동안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상황이라 협업해줄 작가를 모집해 두 명의 작가가 순천, 군포에서 합류했었던 이야기, 통역, 재료, 간식, 점심, 숙소비용까지의 엄청난 과정을 대표님이 이야기해주셨다.
호르헤 이달고 작가는 “안타깝게 아기를 낳다 세상을 떠난 라켈에게 헌정하는 벽화”라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On memoria a RAQUEL’이라는 문구를 벽화 한켠에 새겼다. 우리는 부둥켜안고 라켈을 위해 그리고 행궁동 마을을 위해 기도드렸다고 한다.
대안공간 이윤숙 원장님과 인증샷도 찍었다. 인상이 너무 좋으시다. ^^
수원은 결혼후 지금까지 33년간 주욱~ 살아온 제 2의 고향이다.
그렇게 오래 살아왔기에 수원을 오히려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그저 내 주변에 항상 존재해 있던 공기와 같은 것처럼 그 아름다움도 모르고 귀한 줄 모르고 지내기 쉽다.
나와 연결된 너. 그리고 우리...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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