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엄마2

임성숙 2021. 5. 30. 07:39

어제는 주말이라 언제나처럼 또 엄마집에 엄마를 보러 갔다.

주말이면 할 일이 많은데 아픈 엄마에게 안 갈 수도 없고 가기 전부터 많이 힘들었다.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엄마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부정적인 기운에 젖게 되어 많이 힘들다.

나랑 관계없는 이웃에 대한 이야기, 젊은 시절 고생한 이야기도 다 좋은데 

부정적인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어제는 그런 것들도 사치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아직까지는 대소변을 혼자 해결하실 수 있었고

그래도 우리 형제가 가지 않는 시간에는 혼자 계실 수 있었던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 들어섰을 때 집안에는 다른 때와는 달리 퀴퀴한 냄새가 났다.

변이 묻은 휴지가 방바닥에 굴러다녔다.

사실 울 엄마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엄마는 움직이지 못하신 채 끙끙 앓고 계셨다.

 

어제 저녁부터 식사를 못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기에

걱정이 되어 죽을 끓이고 가지나물을 만들어 드셔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물 한 모금 안 마시려고 하는 엄마에게 왜그러냐고 물어보니 오줌 쌀 것이 두렵다는 것이었다.

몸을 돌아누우려 해도 통증이 몰려오기에 소변을 보러 화장실 간다는 것이 너무 힘든 것이다.

엄마,  그냥 침대에서 일보셔요.

납작한 플라스틱 대야를 가져와 침대에서 일을 보게 하려고 속옷을 내리는 순간.

헉~ 몸에 변이 칠을 해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옷을 다 벗기고 몸을 대강 씻겨 드렸다.

 

깔끔했던 엄마에게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온몸에 변이 있으니 음식이 먹고 싶으시겠는가?

마음이 안쓰러웠다.

죽은 싫고 김쌈을 드시겠다고 해서 다시 김을 싸서 밥을 드렸다.

누워서 밥을 드시려니 밥맛이 없으신지 김쌈을 3-4개 드시고 그만 드셨다.

그래도 그나마 밥을 드시고 나니 잠이 드셨다.

엄마, 구급차 불러 우리집으로 가셔요.

엄마는 희미하게 되었다. 너 빨리 집에 가라. 하고 말하신다.

엄마. 지금 엄마는 기본적인 화장실 처리도 못하고 계시잖아요.

어떻게 혼자 계신다고 그러세요.

그럼 요양보호사라도 24시간 해야 해요.

너네 집에 데려가면 그날이 나 죽는 날이다. 라고 하시면서

다시 잠이 빠져드신다.

 

엄마가 수시로 전화를 걸어 같은 이야기를 1시간 이상씩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할 때가 그래도 좋은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엄마가 아무 이야기도 못하고 잠을 주무시니 그것이 더 힘들었다.

 

엄마 속옷을 빠는데 변색이 베여 잘 빨아지지가 않았다.

꽃이 시들면 다시 원래의 꽃색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그 변색에 내 미래도 보이면서 갑자기 마음이 아프다.

손빨래로 속옷을 두 번 빨고 집안을 치우고 나니 허리도 아프다.

 

6월에 있는 공모연수, 코로나 위기 수석교사 학생 수업코칭 등 할 일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다행히 오후에 올캐와 막내여동생이 와서 바톤 터치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과 예비며느리가 며느리 집에 다녀온 후 우리 집에 들렀다.

영양떡과 인절미를 잔뜩 가지고 왔다.

아이들의 얼굴에서 행복이 묻어난다.

지는 꽃과 새로 피는 꽃 사이를 오고가면서 삶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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