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엄마.....

임성숙 2021. 5. 27. 11:25

20년째 아프시던 엄마가 최근 들어 부쩍 더 심각해지고 있다.

오랜 병도 그렇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아버지를 대신해 5명의 아이들을 기르시면서

만난 비리들 속에서 많이 힘드셨었는지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너무 크시다.

하루종일 TV 뉴스만 보시는데 인륜을 저버린 범죄 이야기만 마음에 담으신다.

오전에 잠깐 오는 요양보호사조차도 믿음을 못 주시고 창고에서 각종 문을 이중 삼중 잠궈 놓으신다.

자식이 5명이니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본인을 돌봐주셨으면 하는데 사실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집에 와서 사시자 몇 번 말씀을 드려보지만 싫으시단다.

자존심 세시고 깔끔하셨던 엄마는 다른 사람들과의 동거가 쉽지 않으시다.

상추 하나를 씻어도 다 뭉글어질 정도로 닦으시던 엄마는

밖으로의 출입이 어려울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요즈음에도 온 집안의 티끌이 없으실 정도로 닦는다.

고기, 생선 모두 잘 못 드시는 엄마라 나물 반찬이라도 해가도 전혀 드시질 않는다.

혹시 조미료라도 들어갔을까봐 그런지 아예 입에 대지 못하신다.

찌개 한 번을 끓여도 본인이 보는데서 본인이 원하는 재료를 넣고 본인이 원하는 방법으로 조리를 해야 하니

음식 하나 해드리려고 해도 보통의 2-3배 힘이 든다.

그렇게 힘들게 음식을 해드리면 입도 안대시고 나는 되었다 너나 먹어라 하시니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릴 적 이야기에서 고생하신 이야기, 옆집 이웃이야기 등등의

같은 레파토리가 연속되는 엄마의 이야기...

친척들, 동생들을 돌아가면서 전화를 하시는 것이 엄마의 유일한 낙이다.

 

엄마를 보면서 나의 미래를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백신을 맞는 나이에서 일주일이 부족한 탓에

노쇼백신을 신청해서 맞기로 하였다.

노쇼 백신을 맞는 사람에게는 7월부터 마스크도 벗을 수 있는 혜택(?)을 준다고 하니....

그리고도 감염병으로부터 좀 자유롭게 살 수 있지 않겠는가?

 

건강하게 사는 것.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사는 것

그것이 노년에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르신은 조금 기다리셔야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백신담당자의 말이

갑자기 화들짝 해진다.

아~내가 어르신이 되는 나이가 되었구나.

엄마처럼 어느새 보면 같은 이야기를 하는 노인이 되어가고 있구나. ㅋ

 

내 사무실 앞의 꽃을 들여다본다.

하루가 멀다하고 꽃을 피어대더니 또 낡은 꽃잎은 아래로 떨어진다.

떨어지는 꽃이 있어야 새로운 꽃이 더 아름답게 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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