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단계의 여러 가지 장애를 뚫고 엄마의 장례식을 치룬 후,
오늘 삼우제날이다.
하늘은 맑아서 다행이다 했는데 날은 아주 뜨겁게 달구는 날씨이다.
이 더운 날 장사 치루고 삼우제하는 것이 힘들겠다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를 모신 용인공원묘지는 전보다 깨끗해져서 모시는 마음이 편안하다.
아버지와 함께 합장하여 모시는 것이므로 일도 아버지 때보다 훨씬 수월하다.
관리실 안의 전망도 좋고 시원하다.
모이기로 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사무실 로비에서 쉬면서 전망을 본다.
엄마, 아픔이 없는 곳에서 편안하게 지내시겠지요?
시절이 4명 이상 모이는 것이 안된다 하여 공무원인 막내동생은 제만 치루고 점심도 못 먹고 갔다.
나머지 형제들과 근처의 짜장면 집에서 점심을 먹는 것으로 오늘 일정 끝.
매일 오던 엄마의 긴 전화(기본이 1시간), 주말마다 엄마를 보러 가야 했던 의무는 사라졌다.
아직도 지금 상황이 익숙지가 않아 엄마에게 오는 전화벨이 울리는 듯하다.
하루종일 내 전화만 기다리시다가 옆집 할머니 이야기에서 친척 이야기 등을 하고 또 하셨던 엄마.
하루라도 전화를 걸르기라도 하면 네가 몇월 며칠 몇시에 전화를 걸고 지금 걸었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하루라도 거르면 손가락에 문제가 있냐며 투정하셨던 엄마.
때로는 너무 힘들었던 엄마였다.
학교 그만두고 자신의 병간호를 해달라던 엄마.
엄마, 난 내 일이 있어요. 그건 불가능해요.
때로는 너무 냉정하게 대했던 내자신이 미안하기도 하다.
아주대 병원에서 자궁암 초기 수술을 받다가 소변줄을 건드려 주머니를 달고 사시던 시절
3개월 정도밖에 사실 수 없을 것이란 이야기도 있었다.
고 3담임이었던 나는 아침 저녁으로 밥을 해서 병원으로 나르던 시간이 힘들었다.
엄마는 힘든 내게 고생한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너 때문에 수원 촌 병원까지 와서 몸이 망가졌다고 원망을 하셨었다.
밤에만 삐죽 얼굴보여준다고 우시기도 했다.
엄마. 엄마는 병원 밥을 못 드시잖아. 그러면 밥을 해오려면 출근 전에 가져오는 것이고,
퇴근해서 밥을 해야 엄마에게 가져올 수 있잖아요.
그래서 늦게 올 수밖에 없잖아요. 라고 말씀드려도 엄마는 불만만 하셨다.
지금 생각하니 엄마는 내가 제일 만만하셔서 투정을 하셨던 것이다.
지금 내 나이부터 아프셨으니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그 누구에게 투정을 하실 것인가?
그래도 나중에 소장의 일부로 인공 방광을 만들어 소변 주머니를 없앴던 10여년은 좋은 시간이었다.
여행도 다니시고 울 전원주택에도 놀러오시면서 삶을 즐기실 수 있었다.
서서히 고장나기 시작한 엄마의 신장.
한쪽은 100%가 못 쓰게 되고, 나머지 한쪽은 20%만 살아남아 이때도 오래 못 사신다고 했었다.
엄마는 콩팥이 아프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으셨다.
동생이 자신을 병원에 가두기 위해 콩팥이 아프다고 생각하시기 시작했고 병원을 증오하기까지 하셨다.
절대로 병원은 가지 않으시려고 했다.
병원을 데려갔었다는 이유로 헌신적인 동생을 욕하기도 하셨다.
엄마, 난 엄마가 원하지 않으면 병원에 모시고 가지 않을께요.
나는 엄마에게 그렇게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엄마에게 원하지 않으면 병원에 모시고 가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대소변을 보러 가실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고 변을 볼까봐 밥도 안먹고 지내던 한 달여.
정신을 잃어버린 엄마를 119로 모시고 간 그 순간이 엄마의 인간적인 삶의 마지막이었다.
기도 삽관을 비롯한 주렁주렁 달린 줄을 하고 2주간의 중환자실.
그리고 면회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 간병인 자격으로 요양병원에서 보냈던 2주간.
엄마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도 삶에 대한 의욕을 놓지는 않으셨다.
의사를 못 믿고, 심지어는 가족까지도 못 믿으셨던 이유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였다.
나는 엄마에게 이야기한다.
엄마. 오늘은 7월17일 5시야.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기도삽관 같은 것은 안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엄마가 가족들과 있고 싶어해서 5개의 병실을 한꺼번에 빌려서 우리가 함께 있었던 거야.
엄마, 힘은 드셨지만 우리랑 함께여서 좋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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