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엄마 산소 돌아보기

임성숙 2021. 8. 20. 14:55

오원리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엄마 산소를 다니러 가자고 하였다. 

비석의 아버지 제일이 잘못 되었었는데 그것이 잘 되었는지, 엄마 이름과 제일은 맞게 잘 되었는지도 확인해보자 했다. 

제사는 돌아가신 날의 가장 빠른 시간, 즉 전날 저녁에 지내게 된다. 

아버지 제사날이 10월1일에 지내기에 10월1일에 돌아가셨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남편이 우리 아버지께서 10월2일에 돌아가셨는데 비석의 제사일이 1일로 잘못 나와있다고 했었다. 

아버지의 사망신고서까지 떼어 10월2일에 돌아가신 것이 맞으므로 비석의 제사날이  1일이 아닌 2일임을 확인했다. 

1일자를 2로 바꾸려면 비석을 다시 새겨야 한다는 것을 그냥 한 일에서 한 획만 더 그으면 된다고 하여 수정하라고 하였던 것이다. 

딸인 나보다 더 자세히 보고 수정을 요구하는 남편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아침에 전원주택에서 나와 집 근처 대법사에 가서 한 번 더 백중 기도를 드렸다. 

돌아가신 영가님들이 좋은 곳에 편안한 곳에 가시라는 기도를 드리면 자손들이 좋단다.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기도도 더 부탁을 드리려고 대법스님을 찾았다. 

매번 느끼는 바이지만 절터가 너무 좋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대법사는 영험이 깃들어 보인다. ㅎ

대법스님께서 아들 결혼에 부조를 하신다고 하셔서 아니라고 기도만 해달라고 부탁을 드리니 

아들과 며느리의 생년월일 시에서 주소까지 받아서 기도를 해주신다. ㅎㅎ 

우리 아들 며느리에게도 복을 많이 내려주시기를.....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기도하고 영가님들께도 기도를 올렸다. 

오늘 제사를 지내는 분이 있어 열심히  기도를 드리시는 분이 있었다. 

생전에 좋아하셨다는 간식이 제상에 올라가서 재미있다는 생각도....

 

 

 

스님의 요사채와 식당이 있는 입구에 앉아 스님과 담소도 나누면서  

코로나 이후를 생각하면서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올린다. 

 

 

식사를 하고 가라고 하셨지만 우리는 근처의 막국수집에서 식사를 하고....

 

 

 

용인공원묘지에 가니 맑은 가을 공기가 와닿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입구에서 조화 한다발 사서 올라가는 길 

엄마 생전 생각에 잠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리고 1-2시간씩 전화를 하시는 통에 정말 힘들었다. 

스피커 폰을 틀어놓고 엄마 이야기에 네 네 하고 대답을 하는 정도지만 그것도 힘이 들었다. 

엄마의 이야기는 사실 줄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들어서 기분 좋은 이야기도 아니었다. 

엄마가 한달에 2백원씩 월급을 줄테니 학교 그만두고 같이 살면 안되겠냐고 물으셨을 때 난처했다. 

(엄마에게는 월 2백이란 돈은 아주 큰 돈이시다. )

엄마, 엄마가 우리집에 와서 사셔요. 

너네 집엔 네가 학교에 출근하면 얼굴 볼 수 없지 않니? 

낮에는 간병인이 있지만 밤에는 간병인도 없으니 제가 잠깐 잠깐이라도 보는 게 낫지 않아요? 

결국은 나랑 살기 싫다는 거지? 토라지시던 엄마. 

엄마, 동생들에게 마음이 그렇지 않으시더라도 너때문에 고맙다라는 말을 자꾸 해주셔요. 

(나는 사실 엄마에게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고맙기는 뭐가 고맙냐? 내가 저들에게 어떻게 해주었는데...

엄마. 동생들만큼 엄마에게 잘하는 아이들도 없어요. 

다들 엄마가 하자는대로 다들 비유 맞추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요. 

되었다 너도 가라. 오기 싫으면 안와도 좋다. 

그렇게 엄마 집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엄마는 또 전화를 하셨다. 

 

약간의 치매가 있는 가운데에서도 엄마에게는 자식들밖에 없다는 것을  아셨다. 

나는 또 엄마의 끝없는 이야기를 들어드렸다. 

주말이면 차가 엄청 막혀서 저녁시간이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와야 했는데....

삐죽 얼굴만 보고 가려면 뭐하러 왔냐고 또 원망이셨던 엄마. 

그런 엄마가 투정부리시는 것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가 네가 와주어서 고맙다. 네가 만든 반찬은 참 맛나다. 네가 사준 냉장고 고맙다. 

네가 사준 옷이 이쁘다. 네가 가져온 오이고추랑 가지랑 참 맛나다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매일 탓만 하던 엄마가 너무 힘들어 엄마집인 서울 한 번 다녔다 오면 기진맥진해졌었다.

 

이제 엄마의 전화는 오지 않는다. 

일요일에 엄마의 집에 가지 않아도 된다. 

오이고추를 수확하면서 엄마에게 가져다 주어야지 하다가 아참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 이제 엄마가 안 계시지. 

엄마가 안 계시면서 동생들에게도 괜시리 서운해지기도 한다. 

갑자기 생겨난  시간적, 육체적 여유. 

생각해보니 내 속에서도 엄마의 모습이 보임을 느낀다. 

잘 죽는 법에 대해 생각하게 하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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