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졸업한 이대부속중학교는
추억이 많은 곳이다.
좋은 기억뿐 아니라 힘들었던 기억도!
지금과 달리 내성적인 성격에 수송초등학교에서 10여명만 배정되어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도 없어 낯설었다.
학교는 남녀 합반으로 자유롭게 공부하던 사립 학교였다.
당시에는 획기적으로 사복을 입었던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수업 방식도 지금 학교에서도 진행되는 배움중심 수업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전에는 좀 부유한 아이들이 지원해서 간 거 같은데 나는 그냥 추첨으로 갔었다.
좋은 학교였지만 ...
그러나 나는 학교에서 많이 힘들기도 했었다.
동생이 네 명이나 되는 큰 딸이던 나.
친구들과 다른 부족한 점이 많았다.
피아노를 배우지 못했던 나와는 달리 음악이 생활이었던 친구들.
친구들은 마이마이라는 카세트 테이프로 팝송을 즐겨 듣곤 했었다.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한 나로서는
다 처음 듣는 노래였다.
너하고는 대화가 안돼. 라며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었다.
음악시간에 피아노연주를 시험 보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종이로 피아노를 그려 그 종이를 이용하여 연주 연습을 했었다.
그런데 시험보는 날 손가락이 가는대로 피아노 건반이 있지 않았다.
당연히 내게는 못하는 아이로
낙인 찍히는 시간이었다.
함께 시험을 보았던 C라는 친구는(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한)
너같은 아이랑은 짝하고 싶지 않다는 말까지 들었다.
선생님들도 내게 관심이 없으셨었다.
그래도 나는 성적이 좋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등수가 올라가는 정도가 컸다.
중1 초에는 중간 이하였다가 점점 10등 안에 들고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그래서 교사가 된 이후 못하는 학생들에게 더 마음이 쓰이게 되기도 했다.
중학교에서의 열등의식은...
나는 결혼하고 17평 신혼아파트에서
월급의 몇 배가 넘는 영창피아노까지 구입했었다.
그리고 만삭의 몸으로도 학원을 다니면서 피아노도 배우게 했다.
따로 학원도 다니지 못한 내게
수학 보충 문제지 프린트,
영어로 소설을 외어 발표하는 수업 등은
내 자존심을 세워주는 고마운 것들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우연히 중3때 담임샘인 임운경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을 통해 중학교시절도 소환된다.
전화로 그 간의 소식을 나누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분당에 사신단다.
오늘 남편이 전원주택표 복숭아를 가지고 와서 겸사 선생님께 선물로 드릴겸해서 함께 식사하기로.
선생님과 냉면과 만두도 먹고
차도 마시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눈다.
딸 셋의 아이들 육아를 다 도우신 이야기.
여행을 다닌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앞으로의 삶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은 90을 바라보는 87세의 나이.
잊고 있었던 시간의 간극을 느낀다.
면역결핍증이라는 병에 걸리셔서 웃지를 잘 못한다고 하신다.
그래도 선생님 우리 사진 찍어요.
살아 있는 이 시간. 만나서 함께 밥을 먹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남겨요.
선생님께 가지고 간 복숭아 선물...
선생님의 하얀 머리도 너무 아름다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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