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시어머님 95세 생신날

임성숙 2024. 10. 20. 20:13

 

울 남편은 4남 1녀중 막내 아들

위의 형이 2년 전 페암으로 돌아가셔서 유일하게 남은 형제는 시누이만 남았다. 

지금은 세째형님과 두 분이 함께 살고 계신다. 

지난 번에 고추가루 가지러 가느냐고 만났었기에

따로 생일잔치는 필요없다고 하셨지만

저녁식사라도 함께 하려고 시골을 향하였다. 

사실 연이은 행사로 몸이 좀 고되기는 했지만 내일 쉬면 되지 뭐....

가는 길에 눈이 쿡쿡 쑤시는 것이 일은 좀 줄여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시어머님은 어렸을 적에 할머니집에 갔을 때 

집에 불이 나서 부모님을 잃으셨었단다. 

할머니집에서 자라 많이 배우지도 못하셨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시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다. 

딱히 취미도 없으시고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일만 하시고 사신다. 

허리가 굽으신 것 빼고는 아직은 건강하게 식사도 잘 하시고 건강하신 편이다. 

 

시골집에 도착했을 때 어머님은 마지막 고추를 널어 말리고 계셨다. 

다 늦은 저녁에 뭐하러 왔니? 

일찍 와서 고추도 같이 따고 같이 말리는 일 좀 하지. 
(내가? 고추를 따고 말리는 일을 할 수 있나? ㅋㅋㅋ)

 

오늘 점심에는 행사가 있어서 저녁 같이 먹자고 말씀드렸었잖아요. 

제가 돈 많이 벌었으니 맛난 거 사드릴께요. 

가지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말씀하시고요. 

내가 돈이 뭐에 필요하냐? 그냥 너네 건강한 것만 소원이지. ㅋ

 

맛난 갈비 먹으러 가자니까 멀리 가기 귀찮으시단다. 

동네에 있는 선지 해장국이 드시고 싶단다. ㅋㅋ

우리 어머님은 하고 싶은 것도 없으시니 마음이 안쓰럽다. 

영화도 안 좋아하시고, 특별히 맛난 것도 탐이 없으시니..

동네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친구(나이 5살 아래인 할머니)는 한 명밖에 없으시단다. 

그 친구랑 노인정 가서 화투를 치시는 것이 유일한 취미.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이야기하셔요. 제가 모시고 갈께요. 

 

동네 양평해장국에서 식사를 맛나게 하시는 어머님을 보니 안쓰럽다. 

나는 뭐든 맛나게 먹는단다. 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님을 보니 너무 감사하다. 

어머님 오늘 저희 집에 가셔서 주무시고 오실래요? 

아니, 내가 살던 곳이 편안하지. 난 여기가 편안하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의 늙음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사람은 다 늙는다.

늙음을 즐기면서 준비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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