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대 물리과 80학번 친구들과 송년회를 하기로 한 날이다.
카톡방에 두 명의 친구가 갑자기 못 온다는 이야기가 올라온다.
아니 아침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119에 실려 병원으로 갔었다는 이야기. 5분만 늦었어도 오늘 장례식장에서 봤을 거라는 이야기에 마음이 싸하다. 이어 한 친구는 무릎수술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이런 저런 이유로 못 온다고 하니 모임이 썰렁해지고 우울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럴수록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모임장소인 서울로 향한다.
모임 장소는 집에서 그래도 가까운 편인 신논현역 앞에 있는 섬마을 횟집.
5100번을 타고 가니 고속도로를 지나 첫번째 정거장에서 내려 5분 거리다.
불금인데 비해 다소 한가진 지하 식당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식사는 즐겁다.
회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회집에서 탕 종류도 많아서 맛나게 먹었다.
여학생이 많지 않던 물리과라 남들은 공주 대우를 받았을거라 생각하지만 학창시절에는 여자로 생각되지 않았던 거 같다.
같이 공부하고 밥먹고, 술도 마시는 평범한 동창 친구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지금은 같이 늙어가는 중이라 그런지 가족같은 느낌이 든다.
다들 집들이 먼 탓에 모일 적에는 모이는 장소, 시간 가지고 좀 투정거리는 친구도 있지만....
오늘 온 친구들을 보니 다들 강남 양재가 아주 편하단다.
강남 정도면 집에서 올 수도 있는 거리니 다음부터는 만남 시간을 미리 정하기로 한다.
매년 6월 12월 첫번째 주 금요일에 만나기로 하면 멀리 사는 친구들도 함께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들이다.
섬마을 식당은 점점 불금의 영향으로 너무 시끄러워져서 우리는 찻집으로 장소를 옮겼다.
마침 조용하면서 대화하기 좋은 장소가 있었다.
오늘 대화의 주제는 거의가 건강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1월에 아들을 결혼시키는 창순이의 근황.
새로 드론을 이용한 스마트팜 회사를 개설할 이야기가 가장 흥미가 있었다.
친구들의 얼굴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내 얼굴도 본다.
함께 늙어갈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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