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단계 연장에 이어 공동묘지, 추모공원은 1월 21일부터 페쇄를 한단다.
그래서 남편이 오늘 친정부모님 성묘를 가는 것이 어떠냐고 이야기를 했다.
시아버님 산소는 비봉 개인땅이니 상관없지만 부모님 산소는 용인 공원묘지이기에 주말에 가자는 것이었다.
나라에서 일부러 막는데 가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살짝 고민도 했으나 내 부모를 남편이 먼저 가자 해주니 따라 나섰다.
마트에서 북어포와 간단한 과일 몇 개 사고 올라가는 길에서 인조꽃도 몇 개 사서 올랐다.
올라올 때마다 느끼는 바지만 부모님 산소 자리는 참 좋다.
올라올 때는 살짝 언덕이 있어 높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 덕분에 다른 산소들이 내려다보이고 하늘도 잘 보인다.
만약 영이 있다면 찾아오기도 쉬울 듯 하다.
겨울치고 날씨도 따뜻하고 햇살이 내리쪼여 맑은 느낌도 참 좋다.
절 올리고 술 한잔 따르면 할 일 끝이다.
남은 술을 아버지 드시라고 산소에 뿌려드렸다.
술을 좋아하시던 아버지. . .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
난 사실 엄마보다 아버지가 더 정이 갔다.
경제력이 약한 아버지께서는 엄마에게 그리 환영받는 것 같지는 않으셨지만
내게는 잘하셨다. 학교에 가면 내게서만 빛이 난다던 아빠.
지금 생각하면 참 이른 나이인 65세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몇 달 전까지도 우리 부부와 여행도 다니시고 한없이 즐겁게 사셨던 아빠.
마지막 사인도 지병이신 페암 재발이 아니고 제주도 여행길에서 얻은 독감 상태에서의 심장마비였다.
그에 반해 엄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내 아킬레스건처럼 나를 많이 힘들게 하셨다.
쌀, 김치, 가전제품, 각종 야채 등등을 매번 가져다 드리고 열심히 용돈도 드리는 것은 기본이고,
주말마다 엄마에게 가야 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고맙다는 말보다는 불만의 말을 퍼붓기 일쑤이셔서 힘들었다.
아파서 그러려니 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면들이 참 많았다.
나중에는 내게 못해주어 미안하다시며 본인의 물건을 자꾸 주시려고 하기도 했다.
지극정성이던 큰 사위가 고맙다 하시면서도 갑자기 투털거리시기 시작하면 한이 없이 길어지던 엄마.
나는 왜 이리 복이 없냐? 자식이 다섯이나 되는데도 나만 왜 이리 버려두냐?
엄마, 엄마가 왜 복이 없어요? 동생들 같은 아이들이 어디 있어요? 다들 엄마 안타까워하는 아이들인데...
엄마는 넌 몰라서 그런다고, 멍청이라고 또 투털거리셨었다.
엄마. 우리집은 넓으니 엄마가 우리집에 오시면 되잖아요.
내가 우리집을 놔두고 너네집을 왜 가냐? 너네가 하루씩 여기 와서 자면서 나를 좀 돌보면 되지.
엄마 난 직장 다녀야 하니 시간상 안되잖아요.
내가 한 달에 200만원을 줄테니 학교를 그만 두고 나를 좀 돌봐주렴.
마지막에는 결국 우리집에 오시리라 생각했었는데 ...
그러지 못하고 돌아가셨었다. 내가 그때 학교를 그만두고 엄마를 돌봤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제는 그 엄마가 안 계신다는 것이 실감이 된다.
주말에 한가해진 시간만큼......
20여년에 걸쳐 아프셨으니 부정적이 되시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죽을 때 행복하게 죽어야지 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돌아가시는 그날까지도 뭔가를 자꾸 이야기하고 싶어하시던 엄마.
내 손에 무엇인가 자꾸 쓰시려 하던 마지막 순간이 떠오른다.
아쉬움이 많으신 엄마가 참으로 안쓰러운 마음이 된다.
이제는 나는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한가진 시간들의 연속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이 된다.
나는 최선을 다해 살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대해 후회없이 살 계획이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치매가 걸리거나 몹쓸 병에 걸리더라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엄마, 아빠. 지금은 같이 계시니 외롭지 않으시지요?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저도 갈 날까지 열심히 보낼께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맛난 곤드레 밥집이 있다고 가자고 했다.
산이내린 밥상 곤드레 밥집.
진짜 다양하고 신선한 음식의 만찬이었다.
이런 음식과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나의 조건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남편이 데리고 간 곤드레 밥집
집에서 좀 멀지만 다음에 또 오고 싶은 곳이다.
부족한 반찬은 무한 리필로 더 가져가 먹을 수 있다.
밥을 먹고 나면 2층에 휴게실이 있는데 커피, 고구마, 뻥튀기 등을 자유로이 먹을 수 있다.
우아~ 이렇게 운영해서 남는 것이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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