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름방학에 폭염까지 더해 시간이 그냥 그냥 아깝게 흘러간다.
첫 주는 엄마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둘째 주는 연수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틈틈히 친구까지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방학은 행복한 시간이다.
퇴직을 하게 되면 그 방학의 묘미도 잘 무덤덤해질 지도 모르지만...
아픈 엄마는 내게 항상 아킬레스 건이다.
아프면서 자존심이라 할 수도 없는 생고집이 생기셔서 볼 때마다 피곤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게다가 밥도 병원밥을 드실 수 없어 매번 새로 지은 밥을 번갈아 가져다 드려야 한다.
그나마 '고생했다. 맛나게 먹었다' 라는 말만 들어도 그 고생은 효를 행한다는(?) 안도감이라도 있을텐데...
문제는 엄마는 내가 자식들에게는 고생을 안 시키겠다는 이상한 생각(?)을 하셔서 준비해가는 사람의 기분이 상하게 하신다.
고기도 못 드시고, 미원도 못 드시는 엄마. 요즘에는 당뇨까지 생기셔서 정말 드실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다.
병원 밥을 못 드시기에 형제들 다섯명이 번갈아 음식을 싸가지고 병원을 간다.
무엇을 드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감자볶음이랑 호박부침, 콩자반에 콩나물국이랑 끓여갔더니 동생이 해온 거 드셨다고 나보고 도로 가져가서 먹으란다. (수원서 병원까지 가려면 왕복 3시간. 음식하는 시간 2시간. 밥도 식을까봐 가기 바로 전에 해서..)
그 다음날은 무나물이 드시고 싶다 하셔서 무나물에 계란에 온갖 야채를 넣고 부쳐서(계란도 별로 안 좋아하시는데 그래도 영양이 없을까봐), 무국(집에 있던 무로 끓였더니 맛이 덜해서 다시 5천원이나 하는 무를 새로 사다 끓여서), 삶은 양배추, 오이고추, 가지나물 등을 또 다시 해가지고 갔다. 가져오지 말라 했는데 왜 가져왔느냐신다. 에궁~
(그래도 나중에 동생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해드린 음식으로 식사를 하셨단다. ㅠㅠ)
엄마는 끝없이 주변사람들과 비교를 하시면서 불행해지신다.
저 침대의 환자는 아들이 매일 병원에서 밤을 보내면 간호를 하고, 저 환자는 매일 엄마에게 지극정성이고를 이야기하신다.
엄마. 엄마가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셔요. 그럼 저희도 바로 해다 드리잖아요.
엄마는 너나 잘 살면 되지. 무슨 상관이냐고 이야기하시다가 내가 얼마나 아픈지 아느냐고 또 우신다.
15년째 이어지는 엄마의 병치례는 엄마의 삶의 질을 다 망가뜨렸다.
소변줄 달고 2년 후, 간신히 소장으로 만든 인공방광을 가진 삶은 그래도 나았다.
그것으로 인해 콩팥이 망가지기 전까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공방광으로 연결되는 소변줄이 막히기 시작해서 노폐물이 역류를 했다.
그래서 콩팥이 망가지면서 다리가 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엄마는 콩팥의 콩자만 이야기해도 화를 내면서 가라 하신다.
자신의 콩팥은 멀쩡한 것이다. 엘리베이터의 여자의 하이힐에 찍히는 바람에 다리가 붓기 시작한 것이다.
자식들이 미리 서둘러 병원으로 가서 고쳤으면 나아졌으리라 생각을 하신다.
그럼 다른 다리는 왜 아프신데요?
그것은 다리 고치려고 지금의 정형외과 왔다가 의사를 잘못 만나 주사를 잘 못 맞은 탓이란다.
엄마. 엄마가 의사가 아니고 나도 의사가 아니잖아. 잘못 되었더라도 의사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니에요.
도대체 왜 엄마에게만 그런 불행이 닥친 것인가? ㅠㅠ
의사 말로는 엄마의 상태는 많이 심각하다고 한다.
골다공증으로 척추뼈에 금이 갔다고 한다.
허리에 구멍을 뚫어 척추뼈 사이에 시멘트 처리하는 거 같은 액체를 주사한다고 한다.
그리고 보조기를 써야 하고...
엄마는 네가 이 보조기 해봐라. 그 무거운 것을 들고 어떻게 화장실을 가고 일 볼 때는 어디에 벗어놓겠느냐 하신다.
엄마 지금 다리 불편하신 것도 그런데 그러다 누워 사셔야 해요. 그럼 더 불편해지잖아.
나도 전에 허리 아파서 이 보조기 써봤는데 좀 불편해도 나중을 위해 해야 하지 않겠어요?
엄마는 나보고 병원에 오지 말라신다. 의사말만 믿고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단다.
하지만 나는 그런 엄마가 이제 익숙해지고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들을 하시고 있는 엄마. 이상하게 변해가는 엄마. . . .
속상하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도 일종의 치매의 일종이라고 하는데...
집으로 퇴원하니 후끈거리는 열기가 가득하다.
진작부터 에어콘을 사드린다고 했는데 절대 사지 말라고 난리를 치시는 바람에 못 샀었는데
우리 형제들을 위해서도 냉난방 에어콘이 있어야 할 듯 해서 구매를 했다.
폭염으로 에어컨 설치까지는 보름은 기다려야 한단다. 헐~
오전에는 나라에서 제공해주는 요양보호사가 12시까지 있어준다.
그리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오는 간병인을 두었는데 엄마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쓰신다고 해서
3번의 면접끝에 결정한 사람이 27살 아가씨.
할머니랑 살아서 집안일도 잘하고 싹싹해서 쓰신단다.
또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가고 지난주는 융합프로젝트 연수에 자유학기 수업콘서트 연수로 또 한주를 보냈다.
그 와중에도 두 번을 서울 사는 엄마에게 가본다는 것이 내게는 힘들었다.
그래도 안 보면 걱정되고, 보면 속상하고...
주말에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아주 친한 고등학교 동창이었는데 자주 만나지 못하던 친구였다.
평소에는 손자를 보느라 시간 내기 어렵다가 딸네 부부가 일주일간 아기를 데려가서 시간이 난다는 것이다.
친구부부와 오원리에서 만나서 치맥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지난 금요일에는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 연수가 있었지만 4시 30분 이후에 하는 공연을 보지 않고 가면 같이 저녁을 먹을 수 있을 듯했다. 연수가 끝나자 마자 허겁지겁 집으로 갔다. 친구에게 어디쯤이냐 묻는 톡을 했더니 우리 전원주택으로 직접 가겠다고 한다.
남편과 함께 허겁지겁 오원리를 향해 달렸다.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6시가 되기 전에 도착했다.
옥수수도 사서 삶아놓고 치킨도 시켜놓고 기다리는데 친구가 오지 않았다.
어디쯤이냐 전화를 해보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 있단다.
아니, 같이 저녁을 먹자니까.... 그냥 가서 차나 한 잔 마시겠단다. 허걱~
친구는 저녁 9시가 되어 도착을 했다.
우리는 뒤늦은 저녁대신 치킨과 옥수수를 먹으면서 지난 시간을 이야기했다.
그 친구와 나는 아주 친한 친구였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서로 다른 삶을 살다보니 또 멀리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다르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한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
딸은 서울대 로스쿨을 나와 검사로 키워 의사와 결혼을 했고, 아들은 지금 전문의 과정을 거쳤다.
지금은 딸의 손녀를 돌보면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사람의 삶은 다 그런 것이리라....
아이를 낳아 기르고 또 부모 병구완을 하고, 그리고 본인이 아파지면서 삶을 마감하는 것으로...
나는 아직도 청춘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직도 꿈이 있고 또 욕심을 내고 있는 나를 만난다.
그래서 더 엄마가, 변한 친구가 이해가 안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니 그럴 수 있는 내가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이 가장 좋은 시간이라는 생각도 한다.
친구와 친구 남편은 여름철에 친구집을 방문해서 저녁을 먹는 것이 부담스러워 차나 마실 생각이었단다.
그럼 나도 밥 안 먹었다고 했으니 같이 밥을 사먹든지 해야지. 한 밤중에 오려면 뭐하러 강원도까지 오니? 하고 답문자를 보냈다.
나는 친구가 기다릴까봐 연수도 마지막 행사도 참여하지 않고 허겁지겁 왔는데....
집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그냥 바로 남편내려오라고 해서 허겁지겁 오원리로 달려갔는데....
친구에 대한 배려가 없는 친구에게 화가 나 있었는데 남편은 그 친구 가져가라고
오이고추, 가지, 방울도마토를 따서 바리바리 싸준다.
거기다 개복숭아 매실효소까지....
생각해보니 나도 엄마에게 힘들었던 것을 친구를 만나 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 생각이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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