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방

엄마의 병

임성숙 2019. 12. 29. 16:12


다음주에는 신과수연구회 워크숍이 있고 그 다음주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중간발표일이라 주말이 다 바쁘다.

엄마집에 갈 시간이 마땅치 않을듯 하여 무리를 하여 엄마집에 갔다.

아들이 가져다 준 감기약 먹고 조금 나아지기도 한 듯 하여...


엄마는 언제나처럼 했던 이야기들을 하고 또 하신단다.

아버지 젊은 시절에 고생시키신 이야기에서 자궁암 진단을 받아 아주대에서 수술한 이야기에서

다시 소변주머니를 몸 안으로 넣는 수술 이야기, 콩팥이 나빠져서 다시 병원에 가신 이야기( 여기서 엄마는 콩팥이 안좋다는 이야기를 부정하신다. 동생이 엄마를 병원에 가두어두려고 하여 미친년 취급받으면서 도망나오시려 하셨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 다시 손발이 부어 정동병원에 가셨다가 막내 남동생이 잘못해서 하이힐에 밟힌 바람에 다리를 다치셨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것도 도대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이야기인데 오래 이야기하시면서 진실이 되어버리셨다. )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 지도 벌써 7개월이 넘어가신단다.

생각해보면 안되셨고 오늘도 그래서 만두국 만들어드리고 싶어 밀가루 반죽에서 속을 만들어 간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싫으신단다.

엄마가 드시고 싶은 것을 해달라고 하시고 고맙다고 말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어느 자식 한 번도 병원 가자 하는 적이 없었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자식들을 헐듣는 엄마를 보면 정말 속상하다.

지금은 그래도 본인이 억지로나마 음식을 가져다가 드시고 화장실을 비칠비칠 걸으시며 가지만 그나마 움직이지 못하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

퉁퉁 부은 다리,  손과 얼굴까지 부으시고 계시다.

몇 달 전에도 콩팥이 80%이상이 다 망가졌었다고 했었는데 얼마나 나빠지고 있을 지 걱정이 된다.

엄마는 콩팥 이야기만 나오면 소리소리 지르고 말도 안되는 돌팔이들 이야기로 치부를 하신다.

엄마 콩팥이 아픈 것 아니라고 하면 왜 그리 싫어하세요?

아프면 치료하면 되지. 엄마눈이 또 가재 눈이 되신다.

이**의사샘이 슬슬 웃으면서 소변줄에 스탠드관을 끼우면서 이게 왜 안되지? 그냥 막 끼워. 하면서 너무 아프게 했던 이야기를 하신다.

콩팥이 아프면 혈액 투석 해야 한다고 했다고 나쁜 놈이라고 이야기를 하신다.

콩팥이 아픈 것이 아니라 남동생이 병원에 모시고 갈 때 하이힐에 밟힌 바람에 다리를 다친 탓이란다.

혈액투석을 해야 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혈액투석하면 지금처럼 아프지 않고 사시는 날까지 움직이면서 사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된다.


갑자기 엄마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너랑 너 남편 언제 내게 '어디 아프시냐? '고 물어준 적이 있느냐? 내게 용돈을 준 적이 있느냐?

아니 20년간을 엄마 때문에 주말을 비롯한 여러 날들을 수원서 서울까지 오가면서 갖가지 사드린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매년 쌀을 100만원 넘게 사서 엄마집, 동생집 해다 날랐는데....

아픈 엄마랑 싸운다는 것이 웃기다 생각하면서도 나는 엄마에게 '엄마 이제 그만 좀 하시라고' 소리 지른다.

엄마의 끊임없는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도대체 참을 수가 없다.

집에 와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기침이 다시 나를 또 힘들게 한다.


남편이 엄마의 치매 증상의 일종이라고 위로를 한다.

내게 남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밤에 엄마가 전화를 했다. 전화상으로 엄마가 나를 막 욕하신다.

알았어. 엄마 이제 엄마집에 안 갈께. 전화 끊으세요.

결국 막말을 하고 있는 나.

이게 아닌데...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힘들었다.

또 쏟아지는 기침....

엄마 속에 나의 늙음을 본다. 나는 엄마처럼 되고 싶지 않은데 ....

지금 아픈 것도 나의 의지와는 달랐던 것...

왜이리 눈물이 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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