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 작년부터 사랑반(이전에는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반이라는 명칭이 바뀌었다.) 이 생겼다.
어찌하다보니 작년과 올해 둘 다 그 사랑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작년에는 처음이다 보니 그 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나도 난감한 편이었는데 올해 만난 사랑반 아이들은 장애 정도도 심하지 않고 인성도 착해서 만나는 것이 즐겁다.
얼굴도 귀엽게 생겨서 그냥 봤을 때는 장애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C를 보고 '너는 다른 아이들하고 차이를 모르겠는데..' 했더니 제가 말이 좀 굼떠요. 하고 말을 하는 것이다.
자신을 잘 파악한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얼마나 귀엽던지...ㅎ
P라는 한 친구는 사칙연산을 비롯한 받아쓰기도 할 수 있는 친구인데 걷지를 못해서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는 것이 불편하다.
이란성 누나가 같은 반에 있어 등교에서 방과후까지 같이 활동한다.
이해력이 남들보다 좀 느리기는 하지만 탄성력의 의미는 교과서 이 부분에 있는 것이니 이 내용을 여기에 쓰면 된다. 하고 말하면
알아듣고 잘 쓰고 노트검사도 받는다. 평범한 아이들도 노트를 검사받는 것이 어려운데....
부모님 입장에서야 남들보다 더 잘하면 좋겠지만 나는 아이들이 귀엽다.
수업을 끝내고 나가는데 P의 누나가 나를 보고 묻는다.
선생님. 형제는 같은 학교, 같은 반으로 배정되어야만 하는 거에요.
아닌데... 그건 네 부모님과 네가 그렇게 원해서 신청한 것으로 아는데...
아니요. 저는 P와 같은 반인 것이 싫어요. 저는 P와 다른 반에서 편하게 지내고 싶어요.
아, 네가 동생P와 같은 반인 것이 싫은 것이로구나.
네. 짜증이 나요. 저는 다른 친구들과 지내고 싶은데 동생이 있어 불편해요.
P가 걱정이 되어 이야기를 더 잇지 못하고 누나를 보냈다.
P야, 누나가 짜증내서 기분나빴지? 형제끼리는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싫기도 하고 짜증도 내게 된단다.
우리 P가 이해해주어야 하겠네. 네. 누나가 요즘 들어 매일 짜증내요.
문득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15년이 넘도록 아픈 엄마. 매일 지옥을 경험하다보니 부정적이 되시고 짜증이 늘고,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하시는 엄마.
엄마라는 이유로 내 삶을 그늘지게 만드는 엄마.
그러면서도 몰라라 할 수 있는 큰딸이라는 짐.
그 속에서 또 나를 보게 되는데....
갑자기 P의 누나의 마음이 전달이 되고, 또 P의 마음도 짠해진다.
희망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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