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방

주말의 혼밥

임성숙 2020. 6. 6. 14:43

지금 혼밥을 하고 있다.

주말에 한가하게 혼밥을 먹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 ㅋ

 

주말이면 매번 해야 할 일이 가득이다. 

코로나 세대에 들어와서는 마스크 쓰고  말하고 발열체크에 학생지도에 회의.

그리고 짜투리 시간(?)에 수업 연구와 수업. 

결국 평일에 해야 할 일들을 못하고 주말까지 일이 쌓여있다. 

공모연수를 미루고 미뤄 6월16, 23, 27일에 시행한다고 공문발송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요즘 환자수가 늘어나면서 할 수 없이 6월16,23일을 비대면 연수로 미루었다.

6월27일, 7월4일은 무사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정말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 사태가 힘이 든다. 

 

이번주도 6월15일에 공모연수 오리엔테이션 할 것을 zoom으로 설명할 것을 준비해야 하고, 

시험이 끝나고 진도나갈 상대성 이론과 반도체 등등을 공부해야 한다. 

전원주택에 같이 갔으면 하는 남편을 혼자 전원주택으로 보내고 혼밥을 하면서 주말을 보내기로 한다.  

가려던 결혼식에도 부조만 보내고 

느지막히 일어나 염색한 것 이외에는 그냥 늘어지고 있다. 

엄마와의 통화도 오전에 끝내고 지금은 한가하다. 

 

주말이면 혼자 있는 엄마를 보러 가던지 하다못해 전화를 1시간 이상 받는 것도 주말의 숙제이다.  

 

에너지가 많은 엄마인데 집밖 출입이 어려운(온몸이 부어 걸을 수 없고 병으로 인한 고통이 가득해서) 엄마는

그 에너지를 말로 풀어내신다. 딱히 화제거리가 없는 엄마는 젊었을 때의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또한다.

좋은 이야기보다는 비난의 이야기들, 섭섭한 이야기들, 왜곡된 이야기들을 계속계속 하시기에 많이 힘이 든다. 

끝은 다섯 형제가 한 주에 한 번씩 오면 될텐데 왜 간병인을 두느냐, 너무 외롭고 힘들다로 마감을 한다. 

마음이 안 좋다. 

사실 엄마와의 대화는 에너지를 많이 많이 소모하는 시간이다. 

나는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내 옆에 항상 남편을 비롯한 가족이 있고 일이 있다는 것,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가끔은 아무도 없는 나혼자의 시간을 생각한다. 

 

어제는 전 학교에서 알고 지내던 k샘을 만났다. 

퇴직후를 준비한다고 열심히 자격증도 따러 다니고 배우러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자주 이야기를 했었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다음에 또 볼 것을 기약한다. 

수석샘은 너무 열심히 사는 것 같아요. 하고 이야기를 해준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는가? 

틀린 말은 아니다. 

새벽 5시30분에서 6시에 기상해서 밤 늦게까지 그냥 놀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때론 어떤 의미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커다란 바위를 언덕위로 올리면 올리는 그 순간에 다시 곧 아래로 떨어져 무의미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을 느낄 때도 있다. 

 

지인이 준 콩나물과 취나물로 혼밥을 즐긴다. 

귀한 음식들은 아니지만 내가 만든 음식들이 맛나다. 

식욕과 음식이 주는 식감이 갑자기 나를 즐겁게 한다. 

또 무의미함을 느끼더라도 나는 오늘 바위를 언덕 위로 올린다. 

 

어제밤 거실에 창문에 뜬 달이 느낌이 좋다. 

잘 찍은 것은 아닌데 어지러운 도시의 조명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빛을 잃지 않고 빛나던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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